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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 공부: 05 천문학 편

  • 올림피아드
  • 08.09.23
  • 104,730
안 홍배 교수님,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때아닌 여름 비의 방문을 받은 가을의 초입입니다.

그러니까 그저께 오후였습니다.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창립 50주년 회고록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느라 학과 사무실에 들렀습니다. 습관적으로 나는 우편함을 열었고, 반가운 분의 필체가 내 눈길을 잡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봉투를 찢었고, 한 손에 딱 잡히는 책의 장정이 특별히 곱게 보였습니다. 집에 가서 읽어야지 다짐했습니다. 퇴근 길에 잊지 않고 챙겨 가방에 넣고 나갔지만, 수리산 밑에 들자 나는 피로에 지쳐 그만 소파에 쓸어지기부터 했습니다. 어제는 회고록 원고 독촉에 그만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오늘이 토요일, 밀린 일을 하러 학교로 나왔지만, 주말은 그래도 내게 일말의 정신적 여유를 허락했고, 관악의 교정은 고즈넉했습니다. 석사 박사 논문 제출 자격고사 시험지부터 채점했습니다. 밀린 편지들에 답을 했습니다. 원고에는 언제나 빗발치는 독촉이 따릅니다. 해서 원고에 손을 대기 시작하던 중, 김 선생께서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고, 점심에서 돌아오니, 경복궁을 한 바퀴 돌고 한잔 기울이자는 친구의 전화가 울렸습니다. 죄스러운 마음에서 정중히 '살려 달라' 했습니다. 다시 원고와 마주했는데 육신은 내게 좀 쉬어야 한다고 타일러왔습니다. 쉰다고 책상에 앉아서 주신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내가 오늘 저질은 큰 실수 중 하나였습니다. 손을 뗄 수가 없었어요. 아직 정독을 하지 못했지만 급히 한 차례 통독은 했습니다. 그 느낌 전하지 않을 수 없어 만사 제쳐놓고 이렇게 자판을 두드립니다.

난 예수의 '심술'이 생각났어요. '내가 너희에게 평화를 주러 온 줄 아느냐'하셨던 그 힐난의 말씀이 생각났어요. 이 책으로 말미암아 이 나라에서는 이제 자식과 부모 사이에 끌고 당기는 싸움이 수없이 많이 벌어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기를 바랍니다.  안 교수께서도 아시겠지만, 저도 그런 싸움이 이 땅에서 많이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 올시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또 걱정이 앞섭니다. 만약 이 책을 읽고도 우리네 학생과 부모 사이에 싸움이 없다면, 저들의 강철심장을 어떻게 하면 살 심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싸우는 부모와 자녀'에게 큰 복이 있을지니, ...

왜 진작 이런 책을 내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한국천문올림피아드의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있을 당시 안 선생님의 이 책이 내 손에 있었다면 내 삶이 한결 부드러웠을 것입니다. 무슨 책을 읽어야 천문학을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느냐, 천문학 공부는 정말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냐, 천문학을 공부 한 다음에 어디에 취직할 수 있느냐, 한국 천문학의 수준은 세계 천문학에 비하여 어느 정도냐, 천문학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분야는 무엇이냐, 천문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이냐, 얼마나 좋은 망원경이 있으면 외계인을 볼 수 있느냐, 우리나라에서 천문학을 잘 배울 수 있는 대학은 어디냐, 한국에서도 과연 천문학 공부를 할 수 있느냐, 도대체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천문학 같은 학문을 당신은 왜 전공했느냐, 천문학과에 진학하면 미국 나사NASA에 취직을 할 수 있느냐, ...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주신 책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놀란 사실이 있습니다. 천문학의 앞날을 우주론과 천문생물학으로 크게 나누어 보셨더라구요. 이 점 역시 이 사람도 의견을 같이 합니다. 천문학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천문생물학의 길이 있음을 안 교수께서 지적해 주셨습니다.

이 책은 천문학 하기를 사랑하지 않는 이라면 도저히 써낼 수 없는 내용의 저서입니다. 나는 이 책의 240여 쪽의 장들을 급히 넘기면서, 천문학 사랑의 열병이 걸린 한 중진 학자의 독백이 들려왔습니다. 그 독백은 귓바퀴를 그냥 스치고 지나는 그런 독백이 아니었습니다. 들려 주시는 얘기 하나하나가 내 고막을 확실하게 울릴 뿐 아니라, 나의 심장까지 쿵쾅거리게 하는 깊은 울림의 고백이었습니다. 오늘의 중학생, 고등학생 들은 이런 책이 그들 주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들이 부럽고 시샘이 나기도 합니다. 누가 저들에게 이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안 교수께서 참으로 중요한 일을 하셨습니다. 큰일을 저지르셨어요.

부모들께서 자녀들보다 이 책을 먼저 사 보시라고 나는 권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있을 자녀들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하여 미리 준비를 해 두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 학부모님에게 추천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사람도 좀 두렵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으신 부모님 중의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자녀로부터 감춰 버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서 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반드시 찾아내서 읽고 말 것입니다. 책이란 부모보다 이웃과 친구의 추천이 있다면 반드시 손을 대개 하는 마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학 문제로 방황하고 고민하는 우리네 젊은이들에게 안 교수께서는 자신의 경험을 아주 진솔하게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구사하신 문장의 아름다움이 바로 그 진솔함의 반영이었습니다.

안 교수님, 한국 천문학의 튼실한 성장을 기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 자리에서 선생님께 특별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좋은 책을 내주셨습니다.

그럼 또,


관솔재에서 홍 승수 드림
08-09-20.

ps: 이 편지를 한국천문올림피아드 홈페이지에 올려 뒀으면 합니다. 천문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나라 중고교 학생들에게, 도서출판 장서가가 출간한, <나의 미래 공부 05, MAP of TEENS 천문학 편>을 추천하는 뜻에서,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강 용희 위원장님께서 허락해 주실 것으로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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